1. 나리타 료우고 作『듀라라라!!』와의 크로스오버입니다. 아주 짧습니다.
2. 세츠나가 오리하라 이자야, 알렐루야가 헤이와지마 시즈오의 포지션이지만 세부사항은 다릅니다.
분명 그것은 보기 드문 일임에 틀림없었다.
아무리 최근 치안이 엉망진창이란 평을 듣는다 하더라도, 현대 일본에서 대낮에 당당히 나이프를 빼든 남자를 우연히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화제의 컬러 갱이라면 복장에서 표시가 났겠지만 남자의 차림새는 별달리 특징이 없었다. 다만 도저히 일본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적갈색 눈동자가 섬찟할 만큼 날카롭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세츠나... 이케부쿠로에는 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반면 나이프를 든 남자의 반대편에 선 또다른 사내는 지나치리만큼 눈에 띄었다. 물론 나비넥타이를 한 바텐더 복장 자체는 그리 희귀할 것도 없다. 비록 한쪽만 앞머리를 길러 덮은 헤어스타일 아래 푸른 선글라스가 조금 특이해 보일 수는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남자의 잘 짜인 장신과 흘끗 보기에도 위압감이 넘칠 정도로 다부진 몸집은 상황에 한층 박력을 더하고 있었다.
「내가 그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알렐루야 합티즘」
세츠나라고 불린 남자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바텐더 복장의 사내, 알렐루야는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말하긴 뭣하지만 난 폭력을 싫어해. 그러니까 이쯤 하고 신주쿠로 돌아가 주면 안 될까?」
「확실히 이케부쿠로 최강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할 말은 아니군」
「어... 그건 그래도. 내가 좋아서 그렇게 불리는 건 아니잖아」
「닥쳐라」
일순 인상이 험악해진 세츠나가 예고 없이 나이프를 찔러 들어갔다. 거의 쇄도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알렐루야는 깜짝 놀란 얼굴로도 여유롭게 나이프를 피했다. 지금까지 구경거리인가 싶어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군중들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몇몇은 경찰을 부르려는 듯 핸드폰을 꺼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재빨리 말렸다.
「또 피하는 건가! 봐주지 말라고 몇 번이고 경고했을 텐데도!」
「아니, 하지만 세츠나가! 흉기를! 난 맨손이고 아무 무기도 없는데!」
「변명은 필요없다!」
몸을 돌려 상체를 숙인 세츠나가 아래에서 위로 나이프를 재빠르게 그어 올렸다. 급히 몸을 뒤로 빼지 않았더라면 상반신은 물론 얼굴 가죽까지 찢겨나갔을 정도로 매서운 공격에 알렐루야는 슬슬 방어할 태세를 굳히기 시작했다. 세츠나는 혀를 차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나름대로 필살의 한 수였는데도 겨우 조끼 자락밖에 잘라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일이지만, 이걸로 알렐루야가 조금쯤 자신을 제대로 상대할 마음을 먹게 됐다면 차라리 잘 된 것이다.
세츠나의 나이프에서 미끄러진 천조각이 펄럭이며 알렐루야의 뒤로 날아갔다.
그 순간 알렐루야의 동작이 완전히 정지했다.
「찢었어... 내 옷을?」
「뭐?」
「마리가 사준 옷인데... 이번에야말로 잘리지 말고 일 열심히 하라고... 한꺼번에 스무 벌이나 일부러 사다 준 건데...」
매일같이 그 옷만 입고 다니는 건 그런 이유였냐. 그 이전에 스무 벌이나 있으면 한 벌쯤 찢겨도 상관 없잖아. 세츠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알렐루야를 쳐다보았지만 알렐루야의 태도는 놀랍게도 매우 진지했다. 진심인 건가. 세츠나는 본의 아니게 말꼬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서쪽 입구에서 하던 바텐더 일 얘기라면... 이미 잘린 지 오래잖나」
「물론이지」
알렐루야가 웃었다.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원인 모를 섬찟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스치는 것을 느꼈다. 세츠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나이프를 고쳐 쥐었다.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조끼 주머니에 꽂은 알렐루야의 은회색 눈동자가 세츠나를 주시했다. 명백하게 지금까지와 분위기가 달라진 미소는 주위 공기를 절대영도로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었다.
「이미 말했지만 난 폭력이 정말 싫어. 그러니까 되도록 할렐루야가 나오지 않는 선에서 처리하고 싶었어. 그런데 말이야, 세츠나」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알렐루야의 두 팔이 길가의 자동판매기를 들어올렸다.
알렐루야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미 예상했고,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경악에 질릴 일이 이케부쿠로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자동판매기는 인간이 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만일 목적이 위협이었다면 그런 중량을 들어올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치게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렐루야는 서슴없이 그것을 집어던졌고, 거대하고 네모진 그림자가 날아오는 순간 세츠나는 그야말로 주마등이 수백 번 눈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생각해 보면 바텐더에서 잘린 것도 너 때문이잖아. 한두 번도 아니고 말야. 일하는 곳마다 찾아와서 진심이 어쩌고저쩌고... 대체 왜 내가 네 기분에 이렇게 휘둘려야 하는 거야?」
쇠가 보도블럭과 부딪히는 끔찍한 소리가 난 순간 군중들이 숨을 삼켰다. 이것이야말로 알렐루야 합티즘이 이케부쿠로 최강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야쿠자조차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로 초월적인 근력이 유감없이 발휘될 때 공포를 느끼지 않는 인간은 거의 드물다. 그나마 세츠나가 아직 살아 있는 걸 보면 간신히 피할 수는 있었던 모양이다. 세계 최초로 자동판매기에 맞아 죽은 사람으로 기네스 북에 오르는 것만은 면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세츠나는 손에 든 나이프가 초라하다고 느꼈다. 이만큼 터무니없이 차원이 다른 생물을 상대로 나이프라니 턱도 없는 소리다. 가능하다면 머신건이라도 가져왔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공포는 알렐루야가 길가의 도로표지판을 쥐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웬만하면 그런 일은 오늘로 끝냈으면 좋겠어」
설마 뽑으려는 건 아니겠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지만 설마란 놈은 본래가 사람을 잡게 마련이다. 끼이익 하는 소음과 함께 도로표지판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뽑혀나왔다. 그러나 이미 자동판매기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래도 이 정도면 상식 범위가 아닌가 하고 그만 납득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이제부터 그런 걸 무기로 쥔 상대와 대치해야 하는 세츠나만큼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러니 이번에는 조금쯤 진심으로 가 주마, 꼬꼬마 새꺄. 평생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 좀 기뻐하지 그러냐? 안 즐거워?」
평소 앞머리칼에 가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황금빛 눈동자가 잡아먹을 것처럼 번득였다. 억지로 뽑아내느라 구부러진 철근을 휙휙 휘둘러 보다, 손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남자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세츠나가 말없이 나이프를 앞으로 내밀자 남자가 방만한 자세로 표지판을 어깨에 턱 얹었다.
「긴장했냐? 뭐 안심해도 돼. 자판기보다 이쪽이 깨끗하게 부러지니까 말야. 삐끗해서 죽이기라도 했다간 알렐루야 놈이 지랄할 거거든」
남자가 왼손을 내밀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명백히 먼저 덤비라는 의미가 담긴 손놀림을 보고, 세츠나는 온몸을 긴장시키며 평생 해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생각을 떠올렸다. 알렐루야의 진심이고 뭐고 간에 오늘만큼은 차라리 방심해 줬으면 싶었다.
어쨌든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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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누님이 그려 준 이자시즈 포지션의 셏알 그림을 보고 써 보고 싶어진 글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분명히 여유만만하게 고부레☆모드로 자판기를 던지고, 도로표지판으로 세츠나를 한참 봐주면서 무쌍난무하는 알렐루야를 쓰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갑자기 알렐루야가 정색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희들 항상 이렇게 내 맘대로 안 돼 줄 거니, 그럴 거니...OTL
그 덕에 세츠나가 험한 꼴을 당하게 됐네요.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드물게 알렐루야가 손속을 봐 주지 않은 탓이지만 그 동안 애가 많이 참았으니 어쩔 수 있나요. 서로 사귀지도 않는 상황에 세츠나가 덤벼들다 보니 이런 구도가 나와 버리는군요. 부디 살아남았기를 바랍니다. OTL
